[아동심리, 심리검사] 그림을 통한 아동의 진단과 이해 - HTP의 구조적 해석(2)

4. 굴뚝

 굴뚝은 집에서 난로를 피웠을 때 연기가 나오는 곳이고, 난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하는 것과 같이 온정적인 일들과 관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굴뚝은 가족 내의 관계와 분위기, 가족들 간의 애정과 교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고, 굴뚝의 연기는 이러한 애정욕구, 애정욕구와 관련된 좌절감이나 상실감, 우울감 등을 시사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는 굴뚝과 벽난로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으므로 동화책에서 많이 보았던 굴뚝을 그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만약 이와 같은 경우라면 가정 내에서 애정욕구의 좌절이나 우울감이 내재되어 있지만 이를 주로 공상세계에 빠짐으로써 보상해 왔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외국 아동의 그림에서는 굴뚝을 적당한 크기로 지나치게 정교하지 않게 그리고, 적당한 연기가 나오게 그린다면 적절한 경우로 해석할 수 있다.

•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그림: 외국 연구에 따르면 적당한 양의 연기가 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연기가 나도록 그렸다는 것 자체가 가정 내 불화나 정서적 긴장감을 반영할 수 있다. 너무 짙게 많이 그렸다면 애정이나 따뜻함에 대한 과도한 욕구와 관심, 그 기저의 좌절감이나 결핍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는 남성성에 대한 성적관심이나 권력에 대한 관심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다.
• 굴뚝을 안 그렸을 경우: 외국 아동의 그림에서라면 따뜻한 가족관계를 맺는 데 양가감정, 회피 등을 의미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아동의 경우는 그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특별한 임상적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 굴뚝에 벽돌 무늬를 그려넣는 경우: 너무 자세하게 그리려고 하면 강박적인 성격 경향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가족 간의 따뜻한 교류와 상호작용, 애정의 교환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5. 지붕

 지붕은 사람으로 비유하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므로 내적인 공상활동,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관념, 기억과 가튼 내적 인지과정과 관련되는 것으로 가정할 수 있다.

• 지붕을 안 그렸을 경우: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경우로 내적인 공상활동이나 인지과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사고장애, 현실검증력의 장애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고, 주로 정신분열병 환자의 그림에서 나타난다.
• 지붕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그렸을 경우: 선을 짙게 그리거나 반복적으로 덧칠하고, 빗금을 그려넣는 등 지붕을 너무 강조해서 그렸다면 내적 공상과 인지과정에 대한 강조이므로 실제로 공상에 많이 몰두하는 아동의 그림에서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공상이나 내적 인지과정을 통제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어 이를 보상하고자 하는 의도로 강조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때는 주로 정신증 초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 지붕의 크기: 지붕을 너무 크게 그렸다면 내적 인지활동을 매우 강조하거나 중요하게 여김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대인관계에서는 좌절감을 느끼고 위축되어 내면의 공상 속에서 즐거움과 욕구 충족을 추구하거나, 자폐적 공상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경향성을 나타낼 수 있다.
• 기와나 널빤지를 그려넣어 정교하게 표현하려 한 경우: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강박적인 경향을 나타내며, 강박적 방식을 통해 통제하고자 하는 대상이 내적 인지과정, 내적 공상과 관련된 불안감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 지붕에 문과 창문을 그렸을 경우: 내부와 외부로 통하는 통로인 문과 창문이 지붕에 위치했다는 것은 내적 사고활동을 주된 매개로 세상과 소통함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림은 주로 자신의 자폐적인 공상세계 속에 몰두해 있는 정신분열증, 혹은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단순히 지붕을 크게 그린 경우보다 자폐적 공상이 더욱 활발하고 위축된 정도가 더 심함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6. 계단이나 출입로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이나 오솔길 모양으로 출입로를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세상과 문과의 직접적인 연결통로를 그렸다는 의미에서 타인과 접촉하고 관계를 맺고 있다는 느낌을 의미한다. 대개 종이 밑 쪽에 직선 모양으로 그린다면 이러한 근접성이 적절한 수준임을 시사할 수 있다.

• 계단이나 출입로를 안 그린 경우: 외국 아동의 경우에는 그림을 그리는 데 들인 노력이나 성의가 다소 부족하거나 자신을 덜 관여시키려고 하는 경향, 사회적 관계에서 수동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계단이나 출입로가 있는 집이 흔치 않으므로 임상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 형태 및 위치: 외국 연구에 의하면 출입로가 너무 짧거나 긴 경우, 너비가 너무 좁은 경우 타인과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접근과 회피의 갈등, 양가감정이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집의 입구에서는 넓게 그리다가 점차 좁게 그릴 경우, 상징적으로 처음에는 대인관계에 대해 개방적이지만 다른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주저하게 됨을 나타낼 수도 있다.

7. 집과 지면이 맞닿은 선

 집과 지면이 맞닿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선을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선은 상징적으로 그 사람과 현실과의 접촉 및 그 접촉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가정해 볼 수 있다.

• 지면선을 안 그렸을 경우: 이 선을 그리지 않고도 비교적 집의 밑부분을 안정되게 그린다면 별다른 임상적인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과의 접촉에 문제가 있음을 나타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집의 밑바닥 면은 그렸으나 지면 부분은 없는 경우: 외국 연구에 의하면 정서적 불안정감, 현실과의 접촉의 불안정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한다.

8. 집을 바라보는 관점

•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그린 경우: 대체로 현재 가정 형편이나 상황에 대한 불만감,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가치규준에 대해 거부적인 태도가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 특히 사춘기 및 정체감과 관련된 부분에서 가정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을 때, 또래집단과 동일시된 보상적인 우월감을 양가적으로 가지고 있을 때 종종 나타난다.
•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모습으로 그린 경우: 상징적으로 가족관계 속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느낌과 애정욕구에 대한 좌절감, 열등감, 부적절감, 자기존중감과 자기가치감의 결여를 시사할 수 있다.
• 멀리 떨어져 있는 듯이 그린 집: 상징적으로 집과 멀리 떨어지고자 하는 소망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현재 자신의 가족상황에 대해 대처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9. 부수적인 사물을 그려넣었을 경우

 집을 그리라고 지시했을 때 일반적으로는 집만 그리지만 울타리나 산, 나무 같은 것을 더 그려넣는 경우가 있다. 추가 된 사물이 그 아동에게 특징적인 모습을 반영해주는 것일 수 있으므로 그 의미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 태양: 성인의 경우 하늘 부분에 해를 그리는 것이 흔치 않으나 어린 아이와 같이 강력한 부모와 같은 자기대상 존재를 갈망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아동의 경우 발달적으로 미성숙하므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 더 일반적이나, 태양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그린다면 강한 애정 욕구 및 이에 대한 좌절감을 시사할 수 있다.
• 잔디나 나무: 적당한 정도로 그렸다면 내적으로 생동감과 에너지가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를 너무 크게 그려 집의 지붕을 다 덮어버릴 정도라면 자기를 돌보거나 지배하는 강력한 부모와 같은 자기대상을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