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림의 구조적 해석>
다양한 그림 가운데 신체상 혹은 자기개념과 같은 성격의 핵심적 측면은 특히 나무와 사람 그림에서 나타나게 된다. 나무는 좀 더 깊고 무의식적인 핵심감정이 드러나는 한편, 사람 그림에서는 의식적인 수준에서 자기 자신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키마(schema)가 반영된다. 나무 그림에서는 나무 기둥, 뿌리, 가지, 나무 그림의 주제에 따라 구조적 해석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능한 가설들을 제시하였다.
1. 나무 기둥
나무를 지탱해 주는 기능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나무 기둥으로, 이는 피검자의 성격구조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준다. 즉, 자기 혹은 내면화된 자기대상의 힘을 말한다.
- 기둥의 윤곽선: 필압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자기 자신의 성격구조에 대한 위협에 지나치게 방어하려는 경향, 때로는 자아가 혼란스러워지고 분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에 대한 방어적 경향성을 의미할 수 있다. 반면 너무 흐리고 연하게 그렸다면 정체성 상실, 자아의 붕괴에 대한 긴박감이나 강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 나무 기둥을 안 그렸을 경우: 극히 드문 경우로 자아 강도가 극도로 악화되었거나 와해되어 정신증적 상태에 있음을 나타낼 확률이 높으며, 심한 자기 부적절감이나 지나친 억제 경향성, 회피성, 수동성을 의미할 수도 있다.
- 기둥의 모양과 크기: 지나치게 넓고 큰 기둥을 그렸거나 너무 높이 그렸다면 실제 내적 성격구조가 약하고 자아 강도가 부족하면서도 불안감을 과잉보상하고자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반면 너무 좁고 약한 기둥을 그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위축되고 약하게 느끼거나 무력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드물게는 기둥의 끝쪽이 땅 쪽으로 휘어지게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우울감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 그루터기만 그린 경우: 심한 유약감이나 위축감, 우울감을 의미한다.
- 기둥에 옹이구멍을 그려넣은 경우: 옹이구멍은 흔히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외상적 사건이나 자아의 상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옹이구멍 안에 동물을 그려넣은 경우: 안전한 장소를 상징하는 경우로, 자신이 위축되어 숨고 싶은 장소를 찾고 싶다는 소망을 의미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퇴행함으로써 손상되고 고갈된 자아의 힘을 회복하고 싶은 욕구를 말하기도 한다.
- 나무 기둥과 가지를 일차원적으로 그린 경우: 흔하지 않으나 지능이 낮아 제대로 된 나무를 그릴 수 없는지 혹은 기질적인 손상이 있는지를 의심해 볼 수 있다.
2. 뿌리
땅에 그 나무가 설 수 있도록, 땅에 든든히 기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부분은 나무의 뿌리이다. 뿌리는 상징적으로 그 사람이 내적으로 느끼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안정감과 자기 자신의 근본적인 모습에 대한 이해와 관련될 수 있다.
- 뿌리를 그리지 않은 경우: 현실 속에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불안정감이나 자신 없음을 나타낸다.
- 뿌리는 그리지 않고 땅은 그린 경우: 내적 자기와의 단절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안정감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면에 닿아 있는 나무가 아니라 붕 떠 보이는 인상을 준다면 현실과의 접촉이 불안정하거나 내적 불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
- 나무 기둥을 종이 밑면까지 그린 경우: 자신의 내적 자원을 통해 안정감을 얻지 못하고 외적인 자원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할 수 있다. 미숙하고 퇴행적이며 의존적인 성향을 반영할 수 있으며, 상당한 자기부적절감이나 우울감을 시사할 수 있다.
- 뿌리를 강조하여 그린 경우: 지나치게 뿌리를 강조해서 그렸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정하게 느끼지만 이에 대해 과도하게 보상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 만약 뿌리를 동물의 발톱처럼 뾰족하게 그렸다면 초기 정신증적 상태나 전정신증적 상태와 관련된다고도 할 수 있다.
- 투명성: 땅을 그려놓고도 그 속으로 뿌리가 비치게 그리는 경우는 현실검증력의 손상을 시사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집 그림에서와 마찬가지로 5세 이하의 어린 아동들의 그림에서는 이와 같은 양상은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3. 가지
나무의 가지는 피검자가 환경에서 만족을 추구할 수 있는 자원과 다른 사람들에게 접촉하는 데 필요한 자원, 현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자원, 성취하고자 하는 소망과 이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 등을 반영할 수 있다.
- 나뭇가지를 그리지 않는 경우: 매우 드물게 나타나지만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있어서 매우 억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 나뭇가지의 크기: 가지를 지나치게 크게 그렸을 때는 성취동기나 포부수준이 매우 높거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신이 없고 불안하지만 이를 과잉보상하려고 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과잉활동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너무 작게 그렸다면 상황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의 수동성, 세상과 환경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에 있어서의 억제를 의미한다. 잎은 거의 그리지 않고 가지만 길쭉길쭉하게 그리는 경우는 주로 정신분열성 성격의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 나뭇가지의 모양: 일차원적으로만 그렸을 경우에는 기질적 손상이 있는지, 정신지체인지, 정신병적 상태인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들이 배제될 수 있다면 대인관계 상호작용에 대한 심한 부적절감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나뭇가지의 끝을 아주 날카롭게 그려 화살촉 같은 인상을 주는 경우라면 내면에 적대감이나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 나뭇가지와 잎을 땅에 닿을 정도로 휘어지게 그린 경우: 전형적으로 심한 우울감, 무기력감을 의미하며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매우 억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 나뭇잎이나 열매가 땅으로 떨어지고 있거나 떨어진 것을 그린 경우: 자신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좌절을 겪었거나 이로 인해 정서적인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의미할 수 있다. 만약 잎이나 열매를 지나치게 자세하고 반복적으로 그렸다면 여러 가지 강박적 보상행동을 통해 대인관계 좌절과 관련된 불안감을 상쇄하고자 하는 욕구, 그 이면에 숨겨진 강한 의존욕구를 시사할 수 있다.
- 나뭇가지가 완벽한 대칭인 경우: 내면에는 세상에서의 상호작용에 대해 두려움, 불확실감,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애씀으로써 이러한 두려움을 보상하고 통제감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
- 나무 그림에 열매, 꽃, 새, 둥지, 동물, 그네 등을 더 그려넣은 경우: 상황적 구조의 한계(종이) 내에서 세상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불안을 보상하려는 욕구를 반영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양상은 아동의 그림에서 일반적으로 더 많이 나타나며, 특히 과일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거나 주고 싶어함을 의미할 수 있다.
4. 나무 그림의 주제
때로는 나무에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거나 어떤 주제를 담은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주제는 개인이 경험하는 갈등과 정서적 어려움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나무에 개가 오줌 싸는 것을 함께 그린 경우: 자신에 대한 가치감과 자기존중감의 결여, 부적절감 등을 함축한 것일 수 있다.
- 나무를 베는 남자를 함께 그린 경우: 나무를 베는 남자는 아버지상(father image)이 투사된 것으로 해석되므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의 단절감, 거세불안, 억압된 분노, 손상된 감정 등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 버드나무를 그린 경우: 우울한 피검자들이 이러한 그림을 그리는 경향이 많다.
- 사과나무를 그린 경우: 자신은 과일에, 나무는 어머니를 투사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애정욕구와 관련하여 어머니로부터 거절당한 느낌, 좌절감을 경험한 아동이라면 과일이 모두 땅에 떨어지거나 다른 사람이 과일을 모두 따 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단, 7세 이하의 아동이라면 사과나무는 일반적으로 잘 그리는 그림으로 위와 같은 해석을 할 필요는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 죽은 나무를 그린 경우: 피검자가 나무가 죽은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죽은 것과 다름 없음'을 상징할 수 있는 것으로 대부분 상당한 부적응적 양상 혹은 정신병리적 특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나무가 죽은지 얼마나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보면 피검자의 정신병리적 특성, 무망감이 얼마나 지속되어 온 것인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 열쇠구멍 모양으로 그렸을 경우: 선을 하나로 이어서 나무 기둥부터 잎까지 마치 열쇠구멍 모양으로 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로르샤흐 검사에서 공백반응을 하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저항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피검자들이 종종 그린다.
- 나무 대신에 풀이나 열매, 채소 등을 그린 경우: 나무 대신 풀, 오이, 밤과 같은 채소나 열매를 그린다면 다시 그려보도록 지시해야 한다. 두 번째 지시에서도 이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면 대부분 정신증적 상태를 시사한다. 현실검증력이 손상되어 있고 감정경험이 부적절하며, 사회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5. 나무의 나이
아동, 성인의 그림을 막론하고 나무의 나이는 피검자의 심리적, 정서적, 성격적 성숙 정도의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자기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나무를 그린 경우는 피검자가 미성숙한 상태임을 의미하고, 나이가 너무 많다고 대답한 경우는 내적인 미성숙함을 부인하거나 과시적인 태도를 통해 보상하고자 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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