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불안장애와 더불어 강박적 성향과 정신분열형 성격 특징을 가진 아동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동으로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에 민감하여 별 일 아닌 것에도 자주 화를 내며, 자기 주장만 하고 무엇이든 깔끔하게 정리정돈해야 한다는 문제로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KEDI-WISC 검사 결과 전체 지능은 104였으며, 전반적인 인지 기능은 양호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HTP 검사 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그림들이 전반적으로 다소 비현실적이고 기묘하며 자연스러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삽화적인 특성이 있었다. 그림은 지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크게 그렸으며, 오랜 시간을 들여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런 점은 아동이 불안 수준이 높음과 동시에 융통성이 부족하고 정서나 대인관계 양상이 특이하고, 강박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무와 집은 지면에 꽉 찰 정도로 매우 자세하게 그린 반면, 사람 그림은 거의 동일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그렸으며 음영이 매우 진한데 이는 아동이 사회적 기술이 결여되어 있고, 융통성이 부족하여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있음을 나타내 준다. 또, 불안이 극심하여 혼자만의 공상 활동이나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이 대처하기 힘든 외부세계를 통제하고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애씀으로써 불안감에 대처하고 통제감을 획득하려는 강박적인 방어전략을 나타내 준다.
집 그림에서는 흔히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유럽에서나 봤을 법한 집을 그렸는데, 강한 필압으로 빼곡히 그린 벽돌로 십자 모양의 길이 매우 특징적이다. 더불어 양 옆에 대칭으로 서 있는 나무나 양옆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중앙의 분수대가 지나치게 통제된 방식으로 그려진 점을 봤을 때, 안정감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묘사 자체는 아동의 매우 강박적인 특성을 반영해 주고 있으며 뿜어 오르는 분수는 아동 내면의 높은 긴장 수준을 나타내 준다. 많은 창문을 문 높이보다 위쪽에 그리고 있는데, 이는 아동이 타인에게 관심은 있지만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거나 내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나무 그림에서는 가지가 없는 버섯 모양의 나무를 매우 굵고 크게 그렸는데, 이는 아동의 자기 중심적이고 미분화되고 미숙한 심리-사회적인 특성을 반영해 준다. 특히 기둥에는 진하고 여러 겹으로 그려진 옹이가 있었는데 이는 아동이 대안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준이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경직된 특성과 더불어 사회적 기술의 결핍에서 기인한 대인관계에서의 좌절감 및 피해의식과 같은 내적인 상처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매우 팽창되어 있는 나무 크기와 창이나 화살촉 같은 인상을 주는 나무 끝 모양은 아동의 내면에 있는 공격성이나 적대감을 시사한다. 또, 정신 분석적인 접근으로 이해하자면 아동이 그린 나무 모양은 남근과 유사한 모양인데, 집 그림에서 그린 두 그루의 나무도 같은 모양으로 이는 아동이 사춘기로 접어드는 연령임을 고려할 때, 성적 호기심의 반영 및 자신의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과도하게 남성성을 강조하는 특성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 그림을 그릴 때 아동은 검사자에게 팔을 뻗고 있거나 입을 벌리고 있는 포즈를 요구했으며, 그 모습을 그대로 묘사했다. 또한 사람 그림 뿐 아니라 가족화 그림에서도 똑같은 양식과 똑같은 순서로 사람을 묘사하고 있어 다소 기계적인 인상을 줬다. 이러한 아동의 행동은 사회적 능력이 결여된 특징을 드러내 주며, 다양성이나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비효율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사자에게 특정 자세를 해달라고 요구하며 그대로 그린 것은 아동이 보여지는 대상을 마치 물건처럼 그대로 카피하듯이 그리는 특성을 나타내 주며, 중요한 타인에 대한 내적 표상과 정서적 관계 형성 능력이 안정되게 형성되어 있지 못함을 나타내 준다. 즉, 대상 관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남자 그림에서는 세상이나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를 상징하는 눈이 매우 크고 귀는 쫑긋하게 세워 그렸는데, 이는 대인관계에서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는 경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단추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융통성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미숙하며 구체적이고 강박적인 성향을 나타내 준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아동은 대인관계에서 자연스럽고 감정 교류가 어렵고 융통성 있게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반면, 타인의 의도나 생각에 대해 매우 예민하여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부적절하게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FD 검사에서는 다소 키를 작게 그린 것 외에는 부모와 자신의 그림에서 전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으며, 매우 경직된 자세로 그리고 있었다. 아동은 이 그림에 대해 '있는 그대로 그냥 서 있는 거예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손톱이나 수염 등 세부적인 부분은 매우 신경 써서 세세하게 그린 것에 비해 가족끼리 서로 다가가는 이동 수단인 발은 그리지 않고 있어 가족 내에서의 감정 이입적인 상호작용이나 친밀한 정서를 나누고 공유하는 면이 부족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연령상 청소년기로 곧 접어드는 아동에게는 자아정체감 형성과 이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친밀감 형성이라는 청소년기의 막중한 발달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의 적응에 심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집중적인 심리 치료와 사회기술 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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