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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불안장애와 더불어 강박적 성향과 정신분열형 성격 특징을 가진 아동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동으로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에 민감하여 별 일 아닌 것에도 자주 화를 내며, 자기 주장만 하고 무엇이든 깔끔하게 정리정돈해야 한다는 문제로 보호자와 함께 병원에 내원하게 되었다. KEDI-WISC 검사 결과 전체 지능은 104였으며, 전반적인 인지 기능은 양호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HTP 검사 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그림들이 전반적으로 다소 비현실적이고 기묘하며 자연스러운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삽화적인 특성이 있었다. 그림은 지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크게 그렸으며, 오랜 시간을 들여 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런 점은 아동이 불안 수준이 높음과 동시에 융통성이 부족하고 정서나 대인관계 양상이 특이하고, 강박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나무와 집은 지면에 꽉 찰 정도로 매우 자세하게 그린 반면, 사람 그림은 거의 동일하고 경직된 모습으로 그렸으며 음영이 매우 진한데 이는 아동이 사회적 기술이 결여되어 있고, 융통성이 부족하여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있음을 나타내 준다. 또, 불안이 극심하여 혼자만의 공상 활동이나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이 대처하기 힘든 외부세계를 통제하고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애씀으로써 불안감에 대처하고 통제감을 획득하려는 강박적인 방어전략을 나타내 준다.

 집 그림에서는 흔히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유럽에서나 봤을 법한 집을 그렸는데, 강한 필압으로 빼곡히 그린 벽돌로 십자 모양의 길이 매우 특징적이다. 더불어 양 옆에 대칭으로 서 있는 나무나 양옆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중앙의 분수대가 지나치게 통제된 방식으로 그려진 점을 봤을 때, 안정감을 주기 보다는 오히려 긴장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묘사 자체는 아동의 매우 강박적인 특성을 반영해 주고 있으며 뿜어 오르는 분수는 아동 내면의 높은 긴장 수준을 나타내 준다. 많은 창문을 문 높이보다 위쪽에 그리고 있는데, 이는 아동이 타인에게 관심은 있지만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거나 내적인 거리감을 두려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나무 그림에서는 가지가 없는 버섯 모양의 나무를 매우 굵고 크게 그렸는데, 이는 아동의 자기 중심적이고 미분화되고 미숙한 심리-사회적인 특성을 반영해 준다. 특히 기둥에는 진하고 여러 겹으로 그려진 옹이가 있었는데 이는 아동이 대안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준이나 주장만을 내세우는 경직된 특성과 더불어 사회적 기술의 결핍에서 기인한 대인관계에서의 좌절감 및 피해의식과 같은 내적인 상처를 나타내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매우 팽창되어 있는 나무 크기와 창이나 화살촉 같은 인상을 주는 나무 끝 모양은 아동의 내면에 있는 공격성이나 적대감을 시사한다. 또, 정신 분석적인 접근으로 이해하자면 아동이 그린 나무 모양은 남근과 유사한 모양인데, 집 그림에서 그린 두 그루의 나무도 같은 모양으로 이는 아동이 사춘기로 접어드는 연령임을 고려할 때, 성적 호기심의 반영 및 자신의 불안을 방어하기 위해 과도하게 남성성을 강조하는 특성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 그림을 그릴 때 아동은 검사자에게 팔을 뻗고 있거나 입을 벌리고 있는 포즈를 요구했으며, 그 모습을 그대로 묘사했다. 또한 사람 그림 뿐 아니라 가족화 그림에서도 똑같은 양식과 똑같은 순서로 사람을 묘사하고 있어 다소 기계적인 인상을 줬다. 이러한 아동의 행동은 사회적 능력이 결여된 특징을 드러내 주며, 다양성이나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비효율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사자에게 특정 자세를 해달라고 요구하며 그대로 그린 것은 아동이 보여지는 대상을 마치 물건처럼 그대로 카피하듯이 그리는 특성을 나타내 주며, 중요한 타인에 대한 내적 표상과 정서적 관계 형성 능력이 안정되게 형성되어 있지 못함을 나타내 준다. 즉, 대상 관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편, 남자 그림에서는 세상이나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를 상징하는 눈이 매우 크고 귀는 쫑긋하게 세워 그렸는데, 이는 대인관계에서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는 경향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단추까지 자세하게 묘사한 것 역시 융통성이 부족하고 정서적으로 미숙하며 구체적이고 강박적인 성향을 나타내 준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아동은 대인관계에서 자연스럽고 감정 교류가 어렵고 융통성 있게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한 반면, 타인의 의도나 생각에 대해 매우 예민하여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부적절하게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FD 검사에서는 다소 키를 작게 그린 것 외에는 부모와 자신의 그림에서 전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으며, 매우 경직된 자세로 그리고 있었다. 아동은 이 그림에 대해 '있는 그대로 그냥 서 있는 거예요'라고 설명하고 있다. 손톱이나 수염 등 세부적인 부분은 매우 신경 써서 세세하게 그린 것에 비해 가족끼리 서로 다가가는 이동 수단인 발은 그리지 않고 있어 가족 내에서의 감정 이입적인 상호작용이나 친밀한 정서를 나누고 공유하는 면이 부족함을 짐작할 수 있다. 연령상 청소년기로 곧 접어드는 아동에게는 자아정체감 형성과 이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 친밀감 형성이라는 청소년기의 막중한 발달 과제가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의 적응에 심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집중적인 심리 치료와 사회기술 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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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안장애와 주의력의 문제 그리고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아동

 불안장애와 주의력의 문제 그리고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아동의 사례 해석을 보면 5세경 오빠가 건강상의 문제로 투병 중 사망한 후부터 복통과 두통을 자주 호소했다는 9세 여아로 6세경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부터는 차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커져 문구점에도 혼자 가지 못할 정도로 무서움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학교에 책을 깜박 잊고 두고 오거나 준비물을 챙기지 못하는 등의 건망증 증상으로 인하여 소아정신과에 내원하게 되었다. KEDI-WISC 결과, 전체지능은 126으로 우수수준에 해당되었고,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발달도 우수한 상태였다.

 HTP는 전반적으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가 많았고, 음영처리가 많으며 지우개질을 자주 하는 행동이 관찰되어 친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면이 시사된다. 아동이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으로 보이고 있기는 하나, 지능이 우수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방어할 수 있는 건강한 측면도 많이 관찰되었다. 특히, 집의 모양이나 분위기가 안정감 있어 보이고 굴뚝에 연기를 예쁘게 그리고 있는 점은 가족 구성원들이 아동에게 상당히 지지적이고 온정적인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붕 위에 무늬를 그리거나 앞마당에 꽃과 풀, 연못 등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는 점을 볼 때는 아동이 내면의 불안감을 보상하기 위해 의존적인 행동을 많이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아동 오빠의 사망 이후 교통사고라는 외상적인 사건을 연이어 겪음으로 인해 아동의 불안감이 가중되었을 수 있으나, 아동은 지적 능력이 우수하며 스트레스의 충격에서 보호해 줄 수 있는 내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예후를 시사할 수 있는 지표이다. 또한, 창문을 집 크기에 비해 크게 그리고 있으며 문에 초인종까지 그려 넣고 있는 점과 한 창문은 열려 있으나 꽃병으로 가리고 있고 다른 창문에는 격자 무늬를 그려 넣은 점을 고려해볼 때, 대인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와 의존 욕구는 매우 강하지만 수동적인 태도로 관망하거나 회피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양가적인 면도 시사된다.

 나무 그림에서는 나뭇가지 위에 딱따구리 새끼들을 그려 넣고, 딱따구리가 나무의 벌레를 잡아먹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아동의 오빠가 투병하는 동안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한 아동은 복통이나 두통과 같은 신체화 증상을 통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려 했고, 이를 통해 유아적인 의존욕구를 충족시키려 했던 내적 갈등이 나무 그림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또 나무의 이이 무성하지 못한 것과 뿌리를 그려 넣지 못하고 있는 점이나 나무 기둥이 다소 기울어져 있고 나이테를 그려 넣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은 사소한 스트레스나 외부 자극에도 쉽게 불안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 그림 중 여자 그림에서는 머리에 짙은 음영처리를 하고 눈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자 그림에서는 옆모습을 그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아동이 쉽게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상황을 예민하게 지각할 가능성이 많음을 시사한다. 특히, 남자 그림은 옆모습을 그렸고 모자 쓴 6세 남아를 그린 것은 5세 때 병원 치료를 받느라 모발이 손실되어 모자를 쓰고 다녔을 아동 오빠의 모습이 투사된 것으로 생각되며, 오빠가 사망한 심리적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러한 심리적 갈등을 회피하느라 정면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한, 손발을 매우 작게 그린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불안정하게 지각하고 있고 이로 인해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족감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동이 보이는 건망증은 불안이나 심리적 갈등을 억압하거나 부정하고, 신체적 증상을 통해 표현하는 신경증적 전환 증상에 기인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FD 그림검사에서는 가족 구성원들 모두를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각자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 특징적이다. 아빠는 신문을 보고, 엄마는 요리를 하는 등 평소 부모님이 집안에서 하는 활동을 그대로 그려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 자신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고 있다. 이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성취를 통해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자 하는 모범적인 자녀로서 역할을 하는 아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아동이 지각하기에 가족 구성원들간에 응집력 있는 활동이 부족하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아동은 가족들에게 두려움을 호소하고 계속 의존적이고 연약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고 가족들이 아동의 증상으로 인해 서로 결속되는 이차적인 이득을 얻고 있어 보인다.

 

4. 주의력 결핍 과잉운동장애와 뚜렛 장애를 함께 보이는 아동

 7세부터 유치원에서 장난이 심하고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했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나치게 산만해져 학습이 잘 되지 않는다는 문제로 소아정신과에 내원한 9세 남아이다. 아동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숙제를 하지 않아 부모가 아동에게 엄하게 대했더니 그 뒤로 어깨를 움직이거나 눈을 씰룩거리는 운동 틱과 킁킁 소리를 내는 음성 틱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해서 현재는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89로 보통 하 수준에 해당되었고, 제반 검사 결과에서는 주의 집중의 어려움을 보였다.

 HTP는 전반적으로 그림의 크기가 크고 선의 처리가 불안정한 반면, 필압이 높고 세부묘사가 자세한 부조화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아동이 겉으로는 과잉 활동적이며 충동적인 외현화된 문제를 보이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긴장감이 높고 불안하며 이를 틱과 같은 신체적 채널을 통해 표출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특성은 틱을 공존 병리로 보이는 ADHD 아동에게 자주 관찰되는 검사 소견이다. 집 그림에서 집의 크기가 크고 창문을 많이 그린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그러나 창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격자를 그리고 있는 점과 집의 문도 한쪽 벽면에 치우쳐 그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기는 하나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인 교류를 하는 데 자신이 없고 대인관계 상황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지각하여 회피하려는 양가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 그림에서는 나무의 나이가 6세이며, 애정 및 의존 욕구가 상당히 많아 보인다. 하지만, 끝이 잘린 몇 개의 나뭇가지를 약하게 그리고 있고 나무 밑동도 불안정하게 처리하고 뿌리도 생략되어 있으며, 나무 기둥에 음영처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타인과 관계 형성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사람 그림 중 남자 그림에서는 평소 아동이 산만한 행동과 학업 성취가 부진한 점으로 인해 어머니에게 자주 혼나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듯하다. 또한, 남녀 그림 모두 눈을 크게 강조하여 그리고 있고 머리카락을 거칠게 음영 처리하여 그리거나 삐죽하게 그린 점 등을 통해 사회적 상황에서 매우 경계적인 면이 있으며, 내면의 분노감을 불안을 통해 보상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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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의력 결핍 과잉운동장애와 사회 기술 결함을 함께 보이는 아동(ADHD with poor social skill)

 10세 된 초등학교 5학년 남아는 학교생활에서 산만하고 또래와 어울릴 때 쉽게 흥분을 잘 하여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문제로 의뢰되었다. KEDI-WISC 검사 결과, 전체 지능은 103으로 적절한 발달을 보이고 있으나 언어성 지능, 동작성 지능을 살펴보면 인지 발달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진 면과 함께 뇌기능 장애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시사되었다.

  HTP를 보면, 작고 위축되어 있는 가족화 그림과 달리 HTP 그림에서는 전반적으로 필압이 강하고 팽창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지면을 벗어날 정도로 크기가 큰 집과 나무를 그린 것에 비해 사람과 운동성 가족화 그림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으며, 치아와 손을 강조하여 그린 것은 아동이 외현적으로 충동적이고 과잉 행동을 보이는 반면 대인 관계를 포함한 타인과의 관계 및 가족 내에서 위축되고 좌절감이 많으며 이로 인한 적개심 혹은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림에서 일관적으로 보이는 특성은 아동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애정 및 관심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많으나 이에 대한 좌절감이 상당해 내적으로는 정서적으로 배고프고 우울한 면이 있다는 점이다.

 집 그림에서는 종이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큰 집을 그렸지만 직선의 기울기가 불균형적인 것을 볼 때, 아동이 인지적, 행동적인 면에서 과잉 활동적이고 비계획적이며 충동적인 성향이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집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집이 아니고 독서실 같은 곳'이라고 표현한 것과 '여러 명이 있는게 좋다'고 한 점을 고려해볼 때 아동이 가정 내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함과 동시에 매우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 욕구를 반영해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 그림의 경우 1,000년 된 기둥이 매우 두껍고 큰 나무를 종이가 꽉 찰 정도로 그리고 있는 바, 집 그림과 마찬가지로 계획 능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욕구에만 몰입하여 충동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 그림에서 특징적인 것은 나뭇가지가 하나도 없는 것과 사과와 다람쥐 집을 그린 것인데 이는 아동이 타인에 대한 관심, 안정감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많지만 이를 적절히 표현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적인 기술이 결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사람 그림에서 집, 나무 그림의 크기에 비해 사람 그림은 상대적으로 작으며 치아와 손을 강조하여 그린 점을 고려해 볼 때, 아동은 심리 사회적인 성숙이 연령에 비해 미숙하며,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하고 내면의 좌절감 및 불만족감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사람 그림에서 좌측과 우측 간의 불균형적 특성이나 목을 그리지 않은 점 역시 아동이 미세한 뇌 기능 장애가 있을 가능성과 함께 아동이 대인관계 상황에서 충동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며 조직화 능력이 부족하고 부주의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을 시사하는데, 이러한 면은 ADHD 아동의 주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KFD 그림 검사에서 가족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부모와 동생은 함께 윷놀이를 하고 있는 반면 아동은 혼자 말판을 두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 가족 내에서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고 거부적이고 반항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또한, 사람 그림에서와 달리 가족화에서는 막대기 사람을 그리고 있어 가족 간에 따뜻한 스킨십이 부족하고 정서적인 교류가 부족할 가능성이 시사된다.

 

2. 강박장애와 기분장애를 함께 보이는 청소년(obsessive-compulsive disorder with depression)

 14세 된 남자 청소년으로 5개월 전부터 '말을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강박사고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강박 행동을 보이고 있으며, 숫자 3에 집착하고 가족에게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문제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KEDI-WISC 검사 결과 전체 지능 91, 언어성 지능 95, 동작성 지능 88로 제반인지 발달이 보통 하에서 보통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나, 아동이 말을 하지 않는 증상으로 인해 손으로 써서 대답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보다 과소 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HTP 검사에서는 전반적으로 그림의 선이 매우 약하고 중간 중간 선이 연결되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면이 시사된다. 일반적으로 강박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특성인 세세한 모사나 정교한 그림의 특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단순하고 세부 묘사가 생략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우울하고 불안하며 회피적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력이 저하된 면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집 그림 검사 시, 종이의 한 가운데 매우 약한 필압으로 단순하고 기본적인 구조만을 갖춘 집을 그렸다. 집 그림에 창문과 문을 모두 그려 넣어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은 있어 보이나, 필압이 약하고 대충 그리는 등의 수행 태도를 고려해 본다면 검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면이 부족하여 에너지 수준이 낮을 가능성이 시사된다. 또한, 집 옆에 작은 들국화 꽃 2개를 그렸는데 이는 자신의 수행에 대한 불안감은 보상하려는 수동적인 의존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무 그림에서 야자나무를 그렸는데, 따뜻한 기후에서 줄기나 잎이 크게 자라는 야자나무 보다는 잎이 작고 약해 보이는 나무를 그렸고, 나무 기둥의 중간에는 옹이도 함께 그렸다. 이는 아동이 환경 내에서 외적인 지지 자원이 부족하고 대인 관계를 통해서 욕구를 만족시키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음을 반영해 준다. 또, 뿌리 부분에 돌을 그린 점은 아동 스스로 자신을 지탱할 힘이 없다는 무기력감을 표현하고 있으며, 주위에서 자신을 든든하게 돌보아 주기를 바라는 의존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 그림에서 남자와 여자 그림 모두에서 얼굴을 자세히 묘사한 것에 비해 팔이나 다리, 몸통과 같은 대부분의 신체 부분들은 미숙하게 처리하고 있다. 특히 목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과 손과 발의 처리가 미숙한 점은 아동이 나무 그림에서 잎과 가지를 무성하게 그리지 못한 점과 함께 사회적 대처 기술이 부족함을 나타내준다. 또한 두 사람 모두 가상의 인물이라고 설명한 것은 아동이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있는 면과 더불어 현재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대상이 부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FD 검사에서 아동은 가족들이 축구공 받기 놀이를 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가족들이 상호작용해야 하는 놀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족들이 정면을 향하게 그린 것이 특징적인데, 이는 가족간의 친밀한 정서적 교류의 부족과 아동이 경직되고 융통성이 부족한 면을 나타내 준다. 가족들 중 아동은 수비자세만 취하고 있으며 다른 가족들은 모두 발로 차는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도록 그린 점 역시 특징적인데, 아동이 가정 내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에 비해 자기 주장을 잘하지 못하고 늘 실수나 실패에 대비하기 위해 수비태세에 있는 가족 내 역동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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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혼가족 아동

 13세 된 남자 아동은 약 1년 전 부모가 이혼하고 모와 살게 된 이후 주의집중의 어려움을 보이고, 생활 전반에 걸쳐 의욕이 없으며 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다른 사람들이 부모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될까봐 과도하게 걱정하게 되었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보통 수준에 속하였다.

  HTP는 전반적으로 그림의 선이 불안정하고 약한 것으로 보아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해 보인다. 아동은 자신이 그린 집의 그림을 '나중에 돈 벌어서 혼자 살 3층집'이라고 설명하였는데, 지붕이 없고 방음 장치와 안테나를 가지고 있다. 부모가 이혼하여 자신의 집이 붕괴된 것에 대해 거절감, 분노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훗날 자신이 혼자 살 집을 그린 것으로 보아 앞으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타인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나무 그림에서는 뿌리가 다 드러난 채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져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 그림을 그려 아동의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잘 반영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린다'는 반응 내용으로 보아 집 그림에서 혼자 살 집을 그린 것은 부모로부터 거절받은 경험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며, 사실은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바람과 외로움이 투사된 것으로 생각된다. 남자 그림에서 몸통을 그린 뒤 손, 목, 얼굴, 다리 순으로 그렸는데 이는 남자에 대한 갈등적인 태도와 부정적 표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즉, 아버지로 상징될 수 있는 남성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신이나 자신감이 부족하고 부적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자 그림에서는 눈, 코, 입을 생략한 그림을 그렸는데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있어 보인다. 둥글게 표현된 손 모양은 어머니가 느끼는 분노감, 혹은 어머니에 대해 아동이 느끼는 원망과 분노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생각된다.

  KFD 검사 시, 현재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KFD에서 '어머니는 저녁 하시고...'라며 모를 생략하였는데, 이는 모에 대한 부정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이 투사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부와 함께 주사위 게임을 하고 있는 가족화를 그린 것은 부와 함께 살고 싶은 소망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부를 옆모습으로 그린 채 정확하게 묘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곳은 쳐다보게 그린 것과 부와 자신 사이에 책상을 놓음으로써 거리감을 표현하고 있어 부에게 실제적으로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현재의 가정환경이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아동

 5세 된 남아로 부가 모에게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매우 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본 뒤,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밤에는 자다가 울면서 깨는 등의 불안 증상을 보여 병원에 내원하였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115로 보통상 수준에 속하였다.

  HTP 검사 시, 전반적으로 그림의 크기가 작게 그러져 있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집 그림에서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부는 가족구성원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사후질문 단계에서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 묻자, 부를 말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천을 차단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한, 뿌리가 없고 가지 끝이 잘린 나무 그림은 정서적인 불안정감과 무력감을 나타내주고 있다. 특히 나무 줄기에 다람쥐가 들어가는 구멍을 그린 것은 불안한 가정환경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욕구가 투사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 그림에서 남자는 손과 발을, 여자는 몸을 다 검게 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서적으로 불안이 상당한 것으로 시사된다. 특히 사람들에 대해 매우 두렵고 불안하게 느끼고 있으며, 분노 감정 또한 있어 보인다. 안전하고 긍정적인 대상으로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치료자와의 관계를 통한 교정적 정서 경험이 필요해 보이며, 아동과 부모를 포함한 가족치료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KFD 검사 시 그림에서 다른 가족들은 생략한 채 몸을 검게 칠한 자기만을 그리고 있으며, 가족들에 대해서 질문을 할 때마다 이에 답변하는 대신 숫자나 글자를 반복적으로 쓰고 있는데 이는 가족과 관련되어 있는 외상경험으로 인한 불안, 공포감을 회피하기 위한 방어적 시도라고 생각된다. 현재 아동에게 있어 부모는 어떠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도 없고 떠올리기조차 힘든 외상적인 대상인 것으로 시사된다.

 

3. 성적 학대 경험이 있는 아동

 9세 된 여아로 과거 낯선 사람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였다. 그 후 자위행위를 많이 하고 늘 피곤해하고 불안해하며 잘 놀란다는 문제로 병원에 내원하였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102로 보통 수준에 속하였다.

  HTP 검사의 전반을 살펴보면 그림의 크기가 크고 필압이 강하여 불안하고 충동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이 시사된다. 아동은 집 그림에서 발코니와 수많은 창문이 있는 집을 그린 점으로 보아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애정욕구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본인의 집이 아닌 친구가 살고 있는 빌라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자신의 집을 편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에 대해서도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나무 그림에서는 사과나무를 그리고 그 옆에 작은 나무를 하나 더 그렸는데 이는 집 그림에서와 유사하게 강한 애정욕구가 표현되고 있다. 갈고리와 같이 뾰족한 가지, 드러난 뿌리, 기둥에 그려진 상처로 보아 내면에는 불안, 불안정감과 분노감이 많고 외상적 경험에 따른 심리적 아픔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보인다. 또한, 사람 그림 중 여자 그림에서는 손이 성기 부분에 위치해 있고, 남자 그림에서는 허리띠와 바지 지퍼 부분을 강조해서 그리고 있는데 이는 성적 학대경험과 관련하여 아동의 과도한 성적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갈등이 시사된다.특히 일직선으로 감긴 눈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은 아동이 자신의 내적 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표현하기보다는 억압하고 회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KFD 검사에서 상호작용 없이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옆모습을 그리고 있고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점으로 보아 가족들 간에 응집력, 친밀한 정서적 교류가 부족하고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등 가정 내에서 애정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가사 도구나 TV와 같은 가정 용품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은 가족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인 안정감이나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과잉보상하려는 방어적 표현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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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뇌기능 장애

 1) 교통사고를 당한 뇌기능 장애(OBS) 아동

  아동은 만 6세 때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으나 2시간 후 의식을 회복하였고, 4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 만 11세인 아동은 학교에 입학한 이후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감정이 둔해졌으며, 계단에서 자주 넘어지는 문제를 보여 병원에 내원하였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보통 수준이나 우수 수준의 언어성 지능에 비해 동작성 지능은 경계선 수준으로 심하게 지체되어 있어 우반구의 기능장애가 시사되었다.

  HTP 검사에서는 선의 질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약한 필압으로 여러 번 덧칠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짙은 음영을 표현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주변 환경에 대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측되며, 뇌손상에 기인한 시각-운동 협응능력의 문제를 보상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그림 전반에 걸쳐 오른쪽이 왼쪽보다 짧아 한쪽으로 기울어진 듯한 비대칭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양상 역시 뇌손상을 시사하는 징후이다. 집 그림 검사 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그림으로 문을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그린 것은 왼쪽으로 가라 앉아 있는 듯한 그림에 균형을 부여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왼쪽 벽면은 육면체의 기둥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하였으나 그 외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는 평면적으로 표현하거나 불완전하게 입체감을 묘사하고 있어 3차원 구도의 설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역시 뇌기능 장애에서 기인된 시-지각적 조직화의 어려움을 잘 나타내준다. 또한 나무 그림을 그릴 때는 가늘고 약한 필압으로 여러 번 덧칠하여 그린 뒤 그 위에 진한 선으로 최종적인 윤곽선을 그리고 있어 자신감이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음을 암시한다. 땅에 닿을 듯이 아래로 무겁게 휘어진 줄기를 통해 아동의 내면에 우울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잎이 없이 앙상한 가지는 길게 뻗어나가지 못하고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처럼 돋아있는 느낌을 주는데, 아동의 사회적 관계형성능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집 그림과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듯한 불균형감은 없으나, 왼쪽과 오른쪽의 무게감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 여전히 좌우 비대칭성이 나타난다. 사람 그림에서도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불균형감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이전 그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번 덧칠하여 윤곽선을 그리는 양상이 나타났으며 얼굴이나 상체의 크기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 번 지운 흔적이 보인다. 여자 그림의 치마 모양을 지붕 모양과 유사한 양상으로 그리는 보속성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남자, 여자 그림 모두에서 손의 처리가 인상적인데 남자 그림에서 손은 팔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여 어색하다는 느낌을 주며 여자 그림에서는 뒤로 감추어져 생략되어 있다. 이는 대인관계 상호작용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기술이나 유능감이 부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FD 검사 시에는 지시가 주어지고 6분의 시간이 지난 후, 못 그리겠다며 포기하였다. 가족 역동과 관련하여 상당한 심리적 부담 및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2) 경기력이 있는 뇌기능 장애(OBS) 아동

  13세 된 초등학교 6학년 아동은 생후 14개월경 처음으로 경기가 나타났고, 6세경까지 4~5회가량 열성 경기를 앓은 적이 있다. 언어능력 및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발달이 부진하여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장애인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하였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60으로 경도 정신지체 수준에 속하였는데, 동작성 지능은 보통하 정도에까지 이르는 데 비해 언어성 지능은 중등도 정신지체 수준으로 발달이 매우 지체되어 있어 언어 및 학습능력과 관련된 좌반구 뇌기능 장애가 의심되었다.

   HTP 검사 결과 모든 그림들을 1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그린 점과 그림의 크기가 크고 세부묘사가 적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성급하고 충동적인 면, 인지적 조절능력 발달의 미숙함이 시사된다. 사람 그림에서 아동의 회화적 표현의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선의 질이 불안정하고 대칭성이 부족하며 여러 인물의 표정이나 신체 표현이 왜곡되고 보속적인 양상을 보이는 점도 뇌기능 장애와 관련있어 보인다. 집 그림을 보면 선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선과 선이 정확히 맞닿아 있지 못하고 서로 지나치거나 틈이 있으며, 문이나 창문의 선은 구불구불하거나 기울어져 있는 등 전반적으로 선의 질이 불안정하고 성급하게 그림을 그린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시각-운동 협응능력 발달과 관련된 뇌기능 장애를 시사하며 소근육 운동의 어려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무 그림 역시 최소한의 윤곽선만을 나타낸 그림으로 나뭇잎이나 가지에 대한 세부묘사가 없어 전반적으로 빈약한 느낌을 주며, 개념형성능력이나 시-지각적 조직화 능력의 발달이 매우 지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부 세계, 특히 주변 사람들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고 사람들로부터 단절되어 있을 가능성도 시사된다. 또한, 사람 그림에서는 인물 전체를 표현하지 못하고 상체만을 그렸는데 이는 아동이 계획 능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선을 길고 매끈하게 그리지 못하고 짧게 그려 이어 나가거나 여러 번 겹쳐 그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머리 모양만을 변화시킨 채 눈, 코, 입의 표현이나 상체의 표현을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하는 보속성을 보이고 어깨나 양쪽 팔의 표현에서는 대칭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특징들은 소근육 운동의 어려움 및 뇌기능 장애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징후로 해석된다. 사람 그림에서 모두 양손을 뒤로 감춘 듯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아동이 일반적인 사회적 관계에서 적절한 사회적 기술을 갖추지 못한 채 쉽게 위축되고 상당한 불편감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KFD 검사 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인물의 크기가 작아지는 양상은 사람 그림에서와 마찬가지로 계획능력의 부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족성원을 비슷한 방식으로 그리는 보속성이 여전히 나타나는 가운데, 오른쪽 어깨를 지나치게 넓게 그리는 비대칭성이 이전의 사람 그림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모든 인물의 팔에 분할선이 부적절하게 그려져 있고 짧게 그어진 선들의 연결이 불안정한 느낌을 주며, 전반적인 형태가 왜곡되어 있어 뇌기능 장애를 일관되게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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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응성 애착장애 아동(reactive attachment disorder)

 6세 9개월된 아동은 어머니의 직장 생활로 인해 출생 초기부터 취학 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놀이방에서만 보냈다고 한다. 언어 발달이 지체되고 사회성이 부족하여 약 3년 간 소아정신과 외래에서 치료를 받아 왔으며, 증상의 호전 여부를 확인 하기 위해 심리학적 평가가 의뢰되었다. KEDI-WISC 결과, 전체 지능은 보통 상 수준에 해당되었고, 현재는 언어 능력의 발달도 상당히 이루어져 보통 상 수준에 해당되었다(FSIA=105, VIQ=111, PIQ=96).

  HTP 검사 시 비교적 양호한 지적능력이나 연령에 비해 선의 처리가 불안정하고 전반적인 조직화 수준도 저조한바, 경미한 수준의 뇌기능 장애의 가능성이 의심된다. 관심 영역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만 근거하여 표현하는 등 세상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이 다분히 자기 중심적이고 사회적 상호 작용에 대한 관심도 부족한 면을 보이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공상과 관련된 내용만을 그리는 점을 고려하면,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 위축되어 사회적 적응에 곤란을 겪고 때로는 내적 공상과 외부 현실 간의 구분에 혼동을 겪을 소지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집 그림을 그릴 때, 우측 하단에 강아지 집을 먼저 그린 다음 아파트 건물을 그리는 등 사회적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수행 양상 수준에서 벗어나 있다. 가정과 세상에 대한 지각이 친근하거나 우호적이지는 않아 보이며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어 보인다. 이에 따른 대인 관계의 불편감 또한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여겨진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가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강아지 집과 창문만 빼곡하게 늘어 선 아파트를 그린 점에서 자신을 보호해 주는 안전 기반으로서의 집에 대한 표상이 부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창문의 묘사에서 보속증적 경향성이 시사되며, 이는 반응성 애착장애 아동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제한되고 협소한 흥미와 상동증적 행동 및 인지적 경직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 그림에서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며 백두산의 신간나무를 그리고 100살이기 때문에 잎과 가지는 모두 떨어진 상태이며, 앞으로 1,000살이 되면 죽을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집 그림과 마찬가지로 아동의 관심 영역이 제한되어 있고, 경험이나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TV 등 일방적인 채널을 통해 기계적으로 지식이 습득되었고, 사고 내용 또한 관습적 수준에서 벗어나 다분히 자폐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통로인 가지를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점을 볼 때, 사회적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자신감도 낮아 아동 스스로 이를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으나 대인 관계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이 심할 것으로 여겨진다. 종이를 모두 채울 정도로 나무 기둥을 넓고 크게 그린 점을 통해 사회적 상황으로부터 느껴지는 불안감을 과잉 보상하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으나, 그러한 그림 특성은 아동이 심리-사회적으로 매우 미성숙하고 미분화되어 있는 점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아동은 어머니를 비롯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안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번번이 좌절되는 과정에서 깊은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내면화해 왔을 소지가 많으며, 이는 나무가 앞으로 죽을 것이라는 아동의 설명을 통해서도 시사되고 있다.

   사람 그림 중 남자 그림에서는 '띠용이'를 머리에 하고 친구에게 보여주러 가는 아동 자신의 모습을 그렸고, 여자 그림에서는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을 그렸는데 뾰족하게 쌓인 돌에 앉으려고 하다가 넘어진 모습으로 얼굴과 몸은 생략한 채 다리와 신발만 표현한 것이 아동의 좌절감과 슬픔을 생생하게 반영해주는 것 같았다. 그림은 종이 하단에 모두 몰려 있었고 땅에서부터 발, 몸통, 얼굴 순서로 사람을 그리는 모습을 통해 아동의 자폐적인 성향과 불안정한 정서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앞서 그린 집이나 나무 그림에 비해 사람 그림에서는 공상이 활발하게 전개된 양상으로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불편감을 보상하기 위해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37세의 여자라고 표현한 그림에서 아동과 아동 어머니와의 관계 양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음식을 갖다 주는 사람이라는 설명에서 아동의 애정 및 의존에 대한 간절한 욕구가, 돌에 걸려 넘어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모습에서 아동에게는 아직 어머니에 대한 안정된 내적 표상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정서적 욕구를 좌절시키는 어머니에 대한 억압된 분노감이 자리잡고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다. 

  KFD 가족화에서는 부모를 제외하고 아동과 아동의 동생이 물을 발사하고 있는 그림을 그렸고, 부모는 그리고 싶지 않다고 말하였다. 아동은 '나쁜놈 비키'라고 하며 물을 발사하고 있으며 '불로 공격해도 소용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아동이 세상을 얼마나 부정적이고 위협적으로 표상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상당부분이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자신이 물로 둘러싸인 공간에 갇혀 있고 위축되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안온한 세상 속으로 숨고 싶은 아동의 욕구가 반영되어 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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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신증
 1) 아동기 정신분열병(childhood schizophrenia) 아동
  4세 6개월 된 아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혼자 다른 아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갑자기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공격적으로 때리기도 하며, 침을 뱉는 행동을 보여왔다. 지능은 보통 수준 하단이었으며, 검사 상황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공상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표현하며 부적절한 언어 구사를 보였다.
   HTP 검사에서 아동의 연령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공상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이며, 조직화가 결여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실 판단력의 장애가 심한 정신병적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아동의 종교적인 내용과 관련된 혼란된 사고 활동은 아동의 가정환경적인 배경을 고려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집을 그리라는 지시에 병원과 십자가를 종이 하단에 먼저 그렸고 중앙에는 성당을 그린 후 악당들과 악당을 때리는 예수님을 그렸다. 주변에는 부서진 십자가와 아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을 그렸고, 자신의 그림에 대해 '성당이야. 예수님을 때리는 것 그릴게요. 예수님 가시관 씌웠다. 매 맞았다.' 등의 말을 조리 없게 설명하였다. 보편적인 집의 형태를 그리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상의 내용을 그렸는데, 여기에서 현실 접촉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또, 나무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했을 때에는 객관적인 지시나 구조화된 절차를 따르지 못하고 두 번의 지시에서 모두 공상의 내용만을 묘사하고 있다. 타인이 아동의 생각을 알아듣고 내용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사람 그림을 그려보라는 지시에도 역시 실제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가족이나 교사 및 또래는 그리지 못하고 '성모님, 예수님, 악당, 마귀'를 그렸다. 매우 간단한 형태로 사람들 얼굴을 묘사했고, 팔다리나 몸통 등도 적절하게 분화되어 있지 못하다. 또, 이들에 대해 마치 대화하듯 말하고 있어 아동이 심각한 현실판단력 장애와 더불어 환청이 있을 가능성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KFD 검사에서 사람들은 형태가 부적절하고 통합되어 있지 못하여 사람이라고 알아보기 힘든 정도이며, 가족들에 대한 설명도 대부분 '미워요'라는 식이다. 자신의 공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현실적인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내적 표상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고 왜곡된 상태로 추측되며, 직접적인 관계 양상도 매우 부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가족 내에서 안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상호작용도 매우 빈곤해 보인다.


 2) 아동기 정신분열형 성격장애 아동(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 in childhood)
  7세 6개월된 아동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피하고 무서워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글자나 지하철 노선도에 집착하는 등 놀이 활동이 특이하였다. 유치원 시절에는 방문을 잠그고 로봇들이 서로 싸우는 내용의 이야기를 만들며 혼자서 연극을 하듯이 놀았으며 공격적인 말이나 욕을 많이 하였다. 현재까지도 언어 구사가 어눌하고 산만하며, 학교적응이 어렵고 또래와 어울려 놀지 못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지능은 보통 수준 하단이었으며 언어적 이해력과 표현력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지체되어 있었다.
   HTP 검사에서 아동은 매우 충동적으로 자신만의 공상과 관련된 내용만을 그리고 있으며, PDI에서도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대답하고 있어 현실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력이 부족하여 사회적인 적응에 심한 어려움이 시사된다. 집 그림의 묘사와 설명이 매우 기괴하고 비현실적이며, 집과 관계없는 글씨를 써 놓은 점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 특이해 보인다. 또, 충동적으로 그려서 형태가 매우 불안정하며 집의 지붕에는 사람 얼굴 같은 형태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를 '똥, 더러워'라며 부적절한 표현을 하였다.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도 '냄새가 아주 고약해요. 내 집 아니에요. 아빠 집'이라고 답하였고, 앞으로의 일을 설명하라고 하자 '힘이 없으니까 바짝 말라 죽죠. 곰하고 다 죽어. 아빠 집이 아니라 곰 집이야. 죽은 곰 집. 귀신 곰 집'이라고 하는 등 연상이 이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나무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했을 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두 그루의 나무를 그렸는데 왼쪽의 나무는 귀신이며, 오른쪽은 무서워서 벌벌 떠는 나무라고 표현하였다. 아동은 검사 지시에 따라 현실적인 나무를 그리기보다는 일종의 환상 놀이를 혼자서 하는 듯하다. 나무 그림에는 눈과 입, 팔 같은 부분을 그려 넣어서 마치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는 아동이 지능은 보통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회적 장면에서의 기능은 유아적인 수준이며, 환상 놀이를 통해 내면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사람을 그리라는 지시를 주었을 때는 전혀 사람의 형태가 없어 자신의 공격적이고 기괴한 공상만을 표현하였다. 중앙에 있는 큰 별 안에 검은 점을 '남자'라고 하면서 '그랑죠를 부르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위에 있는 작은 별에 대해서는 '하이퍼 그랑죠가 여기 있는데, 하이퍼 피닉스도 그 안에 있어'라고 설명하였다. 사람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아동은 긍정적인 대상으로서의 사람들에 대한 내적 표상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사람 그림은 무서워서 떨고 있는 여자를 그렸고, '차 사고가 나서 죽은 여자 귀신'이라고 설명하였다. 이 때도 사람의 전체 모습을 그리지 못하였고 얼굴 표정과 손가락 표현이 매우 무서우면서도 공격적으로 보인다.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누르면 최고 센 마왕인 루시퍼가 된다며 계속해서 기괴한 공상을 전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느끼는 대인관계에서의 정신증적 불안감을 방어하기 위해 마술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강한 힘을 가지고 싶은 욕구를 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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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분리불안장애 아동

  초등학교 3학년 여아(8세)로 집에 도둑이 든 이후 엄마가 자신을 두고 갈까봐 늘 불안해하면서 한동안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엄마를 찾는 등 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여왔다. KEDI-WISC 실시 결과, 전체 지능은 114로 보통상 수준에 해당하였다.

   HTP 검사에서 필압이 매우 강하고 음영의 처리가 진한 것으로 보아 내면에 불안과 긴장감이 심해 보이며, 사람 그림에서 눈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사회적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 그림을 그릴 때 벽 한쪽이 모두 문으로 되어 있고 문고리를 마름모형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 아동 자신이 사는 집이 아닌 친구들이 사는 집을 그리고 집의 위치가 들판과 같은 곳에 동떨어져 있다고 설명한 점 등은 아동이 집에 도둑이 들었던 외상경험으로 인해 가정의 안전과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것에 대하 불안감이 심함을 나타내준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은 아동에게 안정적인 기반이 되어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며, 모에 대한 분리불안행동이 최근의 외상적 경험에 의해 촉발된 것은 분명하나 어려서부터 모와의 애착 형성이 불안정했을 가능성을 더 탐색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무 그림에서는 가지가 부러지고 종이 밑면을 땅으로 삼고 있으며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그려 아동의 불안감이 표현되고 있다. 또한, 사람 그림에서는 지나치게 크고 검게 눈을 강조하여 그린 것은 아동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하고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상당히 불안하고 민감한 상태에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사람 그림에서 자기보다 어린아이를 그린 것은 불안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하여 부모로부터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로 퇴행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분리불안행동은 3세 이전의 아동들에게서는 정상적으로 관찰되는 발달적 현상이므로 현재 8세인 아동이 3세 수준의 퇴행행동을 보이는 것을 역동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자녀 간의 애착관계를 좀 더 깊게 살펴봐야 한다.

   KFD 검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동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은 HTP 사람 그림과 KFD 모두에서 '사람들이 풍선을 들고 있는 모습'과 '풍선이 날아갈까봐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가족이 모두 풍선을 들고 웃으면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그렸지만 아동과는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을 그린 것은 실제 생활에서 부모-자녀 간의 상호작용이 안정적으로 응집력 있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특히 풍선을 놓칠 것 같아 잡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실제 어머니에 대한 아동의 지각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내주며, 풍선처럼 날아가서 결코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 같읕 불안감이 아동이 보이는 분리불안행동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수시로 전화하여 전화줄을 통해 엄마가 있는지 확인하는 행동은 풍선줄을 꼭 잡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동일한 통제욕구의 반영으로 보인다.

 

 4) 강박장애 아동

  초등학교 5학년 여아로 손을 자주 씻고 가족들에게도 손을 씻도록 요구하며 옷을 자주 갈아입는 등 청결벽이 심하고, 외출할 때나 잠잘 때는 반드시 가스밸브를 잠그고 문단속을 하는 등 강박적인 확인 행동을 보여왔다. KEDI-WISC 결과 전체 지능은 129로 우수 수준에 속하였다.

   HTP 검사 결과, 대부분의 그림에서 세부묘사가 많고 대칭으로 그리고 있어 강박장애에서 특징적인 융통성이 부족한 면과 통제에 대한 관심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집 그림을 살펴보면 창문을 대칭으로 그려 안정감을 추구하려고 노력한 것, 굴뚝의 벽돌을 일일이 그린 점, 안쪽까지 입체적으로 그린 점은 아동의 강박적인 성향을 잘 반영해 준다. 특히 지붕이나 굴뚝을 벽돌 모양으로 그린 점은 사소한 것에 집착하고 정확성을 기하는 강박적인 특성과 관련된다. 창문이 거의 다 가려질 만큼 커튼이나 꽃으로 창문을 장식한 것은 사회적 교류에 대한 양가감정 및 주변 세계에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안정감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또, 나무 그림에서는 나무 그림이 사람 그림에 비해 빈약한 것이 특징적으로, 이는 아동이 의식적으로는 과도한 청결 행동, 확인 행동을 통해 자기통제력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정서적으로 상당히 취약하고 불안감이 많으며, 스트레스에 대처할 만한 자원이 부족하여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불안, 무력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잘 나타내준다. 이러한 면은 기저선이 없으며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 나무에서 잘 드러난다. 사람 그림에서도 아동의 강박적인 특징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손, 발, 시계, 팔찌 등을 양쪽 대칭으로 그린 점이나 눈꺼풀이나 속눈썹까지 그린 점이 주목할 만하다. 눈을 강조하고 코를 생략한 것은 아동이 정서적 자극을 수용할 때 불안하고 예민하며 긴장감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단추나 넥타이, 목걸이 등과 같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장식들을 많이 그린 것은 불안감을 통제하고 안정감을 추구하려는 보상적 행동일 수 있다.

   KFD 검사에서는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는 그림으로 발가락, 손가락 개수를 정확하게 그리고 모래사장의 모래까지 그리고 있으며,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다리까지 묘사한 점 역시 아동의 강박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 아버지와 자신을 가깝게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을 서로 가깝게 그린 점으로 미루어 아동이 어머니와 동생에 대해 정서적 거리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 신체화장애 아동

  8세 된 초등학교 3학년 남아로 온몸에 벌레가 지나가는 것 같이 아프다고 호소하였다. KEDI-WISC 결과 전체 지능은 137로 지적 능력은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발달되어 있다.

   HTP 검사 시 뛰어난 지능 수준이나 연령에 비해 그림은 전반적으로 빈약하고 제대로 조직화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심리사회적인 성숙도가 낮고, 스트레스에 완충작용을 해줄 만한 내적 자원이 부족해 보이는데, 신체화 증상은 아동들에게 흔히 보이는 문제이긴 하지만 이 아동의 경우에는 상당히 모호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는 등 매우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를 동원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아동이 그린 집 그림을 살펴보면 창문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창문이 많은 것은 애정욕구가 많은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맺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이를 과잉보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집 그림에서도 각도를 무시하고 평면화시켜 표현한 것 또한 아동이 느끼는 불안정감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무 그림의 경우는 나무의 크기가 작고 종이의 하단을 기준으로 사용한 점, 나뭇잎을 몇 개만 그린 점은 아동의 불안감, 정서적 위축,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의 부족을 나타내준다. 또한 나무 기둥에 새집을 그려넣은 것은 안정감에 대한 욕구를 반영해 준다. 또한, 사람 그림에서는 사람 그림을 종이의 바닥에 치우치도록 작게 그린 점은 아동이 자신감이 부족하고 부적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억제적이고 위축되어 있음을 나타내준다. 여자 그림에서 손을 손가락이 없는 장갑으로 표현한 것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퇴행적으로 대처할 가능성과 직접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처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KFD 검사 시, 아동은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 그림을 그렸는데 아버지와 아동이 한 테이블에 그려져 있고 어머니와 누나는 다른 테이블에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 점을 통해 구성원에 대한 아동의 감정과 가족 역동을 분명하게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가족이 두 편으로 나뉘어져 있어 가족 간에 응집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이는 어머니와 누나에 대한 정서적인 거리감이나 부정적인 태도를 시사한다. 그러나 식구들이 모두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동이 가족 내에서 느끼는 의존욕구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아동이 신체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데 그것의 이차적 이득이 무엇인지는 이러한 의존욕구와 가족 역동을 함께 고려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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