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기본 지침>
여러 가지 심리검사, 행동관찰, 면담에서 피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드러내는데, 임상가는 이렇게 피검자가 제공한 자료들에서 피검자에 대한 정보들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곧 검사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이론적 관점을 고려하여 그림에서 피검자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도출하고 다른 검사 및 임상적 자료들을 통해 각 가설을 비교, 검토하여 피검자에게 가장 적절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림검사의 해석이다. 이 해석 지침은 아동뿐 아니라 성인의 그림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해석에 첫 번째 문제는 어떤 정보를 읽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가 하는 해석 대상의 문제로 해석의 틀을 이루는 이론과 구성개념의 문제와 관련된다.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한 표상, 부모에 대한 표상, 사회적 불안감,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대처능력, 애착의 안정성 여부, 부모 표상에 부가되어 있는 감정들 등 피검자의 여러 가지 심리학적 측면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구성개념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이론적 틀이 각 피검자에게 가장 적절하고 중요하고 유용한가를 판단하여 적용하는 것 또한 임상가의 능력이다.
두 번째 문제는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의 문제와 관련된다. 여기에서는 인상주의적 해석방법과 구조적 해석방법 두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그림의 크기, 선의 질과 같은 것들이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에 근거하여 해석하는 방법으로 임상 실제에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종합하여 사용하게 된다.
- 인상주의적 해석방법
인상주의적 해석이란 말 그대로 그림이 임상가에게 주는 주관적인 인상에 근거하여 피검자의 심리적 특성에 대해 해석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그림의 구성 요소에 따라 해석을 하기 이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림의 인상을 예민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임상가에게 풍부한 공감능력과 직관력 예민함, 많은 임상적 경험이 필요한데 특히 심리치료에 있어서 임상가의 충분한 공감능력을 강조하는 자기-심리학적 이론에 대한 지식이 많고 이와 관련된 임상경험이 풍부할수록 좋다. 그리고 그림이 주는 인상 안에 임상가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가 얼마만큼 개입되었는지를 관찰하고 분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상을 얻는 데는 피검자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를 대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감은 필수적인 것으로, 임상가는 그림에 그려진 모습과 비슷한 몸짓이나 자세를 취해 봄으로써 운동감각적인 공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상주의적 해석만으로 피검자의 심리적 특성이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므로 피검자를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인 해석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구조적 해석방법
구조적 해석방법이란 그림의 여러 가지 구조적 요소들(ex. 그림의 크기, 그림을 그린 순서, 종이 어느 위치에 그렸는지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하나하나 고려하는 해석방법으로, 각 요소의 특징이 의미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설들을 도축하고 다른 구조적 요소에 근거했을 때도 일치하는지, 다른 심리검사자료나 임상적 관찰, 면담자료와도 일관되는가 등에 근거하여 가설을 채택 또는 기각하는 것이다. 구조적 해석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일대일 해석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나무 그림 밑에 지평선처럼 선을 그릴 경우 안정감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이므로 내적 불안정감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설은 다른 임상자료를 함께 고려하여 채택 또는 기각해야 하는 가설이지, 그런 선을 그렸다고 해서 피검자가 반드시 불안정하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나무 그림 밑에 지평선과 같은 선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과 같은 곳에서 선을 그리는 것을 배우거나 습관적으로 그냥 그리는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의 구조적 요소는 아래와 같이 1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해석 지침은 여러 가지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는 것일 뿐, 일대일로 대응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참고해야 한다.
-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갔는가
- 그림의 크기가 적절한가
- 그림을 종이의 어느 위치에 그렸는가
- 연필을 얼마나 힘주어 눌러 그렸는가(필압이 얼마나 강한가)
- 선의 질이 어떠한가
- 그림의 세부 특징을 어떻게 묘사하였는가
- 그림을 그리다가 지운 적이 있는가, 무엇을 지웠는가
- 그림의 대칭적인 측면을 강조했는가
- 눈이나 코, 혹은 창문과 같은 그림의 일부분을 왜곡하거나 빠뜨린 것이 있는가
- 척추뼈가 보이게 사람을 그리는 등 투명성이 나타났는가
- 그림의 대상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렸는가
- 종이의 방향을 돌려가며 그렸는가
- 그리라고 지시한 것 이외의 것을 더 부가해서 그렸는가, 무엇을 더 그렸는가
먼저 그림을 그리는 순서, 양상의 추이를 살펴보면 피검자의 내적인 갈등과 그러한 갈등이 주는 심리적 위협을 어떻게 방어하는가에 대한 양상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림을 그리다가 먼저 그렸던 그림을 지우고 다시 그럴 때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그림과 그림의 순서를 비교하는 것, 그림을 그려나감에 따라 선의 질이 변화하는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 동안의 수행 수준의 변화가 있는지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림을 이상한 순서로 그릴 경우도 관찰해야 하는데, 특정한 순서로 그려야 한다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예를 들어 사람을 그릴 때 발-머리-무릎-다리-팔 순으로 그렸다면 이는 매우 일반적이지 못한 것으로 대게 사고장애나 전반적 발달장애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특성이다.
두 번째, 그림을 얼마나 크게 또는 작게 그렸는가 하는 것은 피검자의 자기존중감, 자아팽창 여부, 자기에 대한 과대평가 여부 등을 나타낼 수도 있고, 공격성이나 충동적인 성향, 행동화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릴 때 종이 크기의 약 2/3에 해당하는 정도의 보통 크기로 그리는 경우 자신감이나 자기 자신에 대해 느끼는 적절감이 적정한 수준임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피검자가 그림을 종이에 꽉 찰만큼 지나치게 크게 그리거나 종이 크기가 모자랄 정도로 과도하게 크게 그려 책상까지 선을 긋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기 표현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격성이나 충동 조절의 문제의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혹은 자아경계가 취약해지는 수준에 이르러 자아팽창, 과대망상이나 웅대한 과대평가 등을 동반하는 조증 상태에 있음을 반영할 수도 있다. 나이가 어린 아동이 그림을 크게 그리는 경우는 주로 과활동성, 공격성, 인지적 미성숙과 더 관련되며, 청소년의 경우 내면의 열등감과 부적절감에 대한 과잉보상욕구, 행동화 경향성을 시사하는 경우가 더 많고, 성인의 경우 주로 조증 상태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종이의 크기에 비해 그림을 지나치게 작게 그리는 경우, 피검자 내면에 열등감이나 부적절감이 있거나 자신감, 자기효능감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종이의 위쪽에 치우쳐서 아주 작게 그린 경우는 에너지 수준이 낮고 자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며,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으며, 자신의 상황에 맞지 않게 낙천적일 수 있음을 반영할 수도 있다고 한다.
세 번째, 그림을 종이의 어느 부분에 그렸는가 하는 것도 피검자에 대한 여러 가지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위치 요소가 어떻게 해서 그러한 심리적 의미를 갖는가는 이론적으로 분명하지 않으나, 다양한 경험적 연구에 의거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 종이 가운데 그린 경우, 오른쪽 또는 왼쪽에 치우쳐 그린 경우, 위쪽 또는 아래쪽에 치우쳐 그린 경우, 구석에 몰아서 그렸을 경우(왼쪽 상단 구석, 오른쪽 상단 구석, 하단 구석, 검사지 밑바닥이나 가장자리
네 번째는 연필을 가지고 얼마나 힘을 주어 그림을 그렸는가를 나타내는 필압에서 알 수 있는 정보이다. 여기에서는 피검자의 에너지 수준, 긴장 정도, 공격성 및 충동성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데 획을 힘주어 그리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자기주장적이며 충동적인 반면, 약하게 그리는 아이는 에너지 수준이 낮거나 억제적이고 억압적이다 - 필압이 강한 경우, 필압이 약한 경우, 필압이 변할 경우
다섯번째는 획이나 선의 특징에 따라서도 피검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획을 길게 그릴 때, 획을 짧게 그릴 때, 획을 직선으로 그릴 때, 획을 곡선으로 그릴 때, 수평적 움직임을 강조하여 그린 경우, 수직적 움직임을 강조하여 그린 경우, 획을 여러 방향으로 바꾸어 그린 경우, 선을 빽빽하게 그린 경우, 선을 지그재그로 그린 경우, 선이 연결되지 않게 그린 경우, 선에 음영을 넣은 경우
여섯번째, 세부묘사와 관련한 부분으로 그림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표현해서 그리거나 그림의 어떤 부분을 특히 자세하게 표현했을 경우에는 그 부분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 부분이 상징하는 심리적 측면과 관련하여 내적인 갈등이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 세부묘사를 부적절하게 했을 경우, 적절한 세부묘사를 생략했을 경우, 세부묘사를 과도하게 했을 경우
일곱번째, 그림을 그리다가 자주 지우거나 특히 그림의 어떤 부분을 지웠을 경우는 그 피검자에게 독특한 내적 갈등이 있음을 추론해 볼 수 있다. - 지나치게 여러 번 지우는 경우, 지우고 나서 그린 그림의 향상 여부
그 외에도 대칭성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강조했을 경우, 왜곡이나 생략이 있거나 그림을 극단적으로 왜곡한 경우, 투명성, 움직임, 종이를 돌리는 경우, 그림에 다른 것을 부가해서 그렸을 경우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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