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아동 그림의 발달적 측면>

 아동은 신체적 발달, 지적 기능, 정서, 성격구조와 같은 모든 심리적인 측면이 발달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 중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동이 그리는 그림에도 이러한 발달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이를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아동이 그림을 통해 드러내는 특성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피아제(Piaget)는 아동이 지적 현실에서 시작해서 시각적 현실로 이행해 가는 것은 그림 등의 예술적 표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린 아동의 모든 정신과정에서 나타나는 전반적 특성이라고 보았으며, 피오트로스키(Piotrowski, 1941) 또한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현실을 그려내기 때문에 아동의 그림은 정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울프(Wolff, 1946)는 아동의 그림은 자신의 내적 현실과 관련되며 정서적 요인이 아동의 개념 형성과 그림 표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리드(Read, 1966) 또한 아동의 그림은 심리적 인상의 산물이며 이러한 표상에는 정서적 요인들이 스며들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여러 연구자와 이론가들이 일관되게 루케의 지적 현실주의와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1단계: 무질서한 낙서 시기

 약 18개월에서 3세에 이르는 시기가 1단계에 해당되는데, 이 무렵의 아이는 종이나 책, 벽 등에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손을 이렇게 아래위로 움직였더니 이런 선이 생겼다'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즉 운동감각적 사고(kinesthetical thinking)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시각운동 협응력이 향상되기 시작하고, 걸음마와 뛰어다니기를 시작하며, 목표 지향적이고 의도적인 행동과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저 손이 움직이는 대로 아무런 질서가 없는 낙서를 하다가 점차 '내가 움직임으로써 자국이 나는구나, 무언가가 그려지는구나'하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며 손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그림 그리기를 즐기게 된다. 이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낙서 그림이겠지만, 유아가 종이에 아무렇게나 낙서를 하는 것은 언어와 몸짓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 2단계: 기본적인 사물의 형태가 갖추어지는 시기

 3~4세 무렵이 되면 그림은 여전히 낙서 수준이기는 해도 어느 정도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하며, 자신이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이다. 피아제의 분류상 전개념기(preconceptual phase)에 해당하는데, 이때 아동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사건의 인과관계에 대해 주관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2단계 시기의 연령에 해당하는 아동의 그림 역시 어른이 보기에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동이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설명하는가는 그림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아동의 설명을 귀담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

  • 3단계: 사람을 그릴 수 있고 내적 도식이 형성되는 시기

 4~6세경에 이르면 초보적인 형태의 사람을 그리기 시작하고, 그림에 색깔을 사용하게 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이 시기는 피아제의 분류상 전조작기의 후반부로, 상징적 사고가 더욱 증가하고 관계 파악능력, 수개념 및 수리능력, 공간개념과 분류능력 등이 생겨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 자기 신체와의 관계성 속에서 공간을 개념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주변 환경에 대한 아동의 지각은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유리컵이 떨어져서 깨지면 아동은 자신의 감정과 유리컵의 감정을 혼동하여 유리컵이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3단계 시기의 아동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특징은 초보적인 형태의 사람을 그리기 시작한다는 것인데, 처음에는 투박한 수준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서 머리와 몸통을 나타내고, 그 밑에 선을 두 개 그어 다리라고 하고 옆쪽에 선을 두 개 그어 팔이라고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3단계의 후반부인 6세경에 이르면 사람의 신체 부위를 분화시켜서 그리기 시작하여, 머리와 몸통을 따로 나누어 그리고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 눈썹, 귀, 이와 같은 섬세한 부분들을 그려넣을 수도 있게 된다. 그밖에도 나무, 꽃, 태양, 집과 같이 주변 환경에서 쉽게 접하는 사물들에 대한 내적 도식(schema)을 발전시키게 되며 보다 사실적이고 복잡한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중요한 특징으로는 색깔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시기 아동은 색깔을 사물에 맞게 선택한다기 보다 주관적으로 선택하는 수준이므로 그 색깔이 아동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4단계: 시각적 도식의 발달 시기

 6~9세 무렵이 되면 아동의 미술적 표현능력이 급격히 발달하게 되어 여러 가지 복잡한 특성들의 그림이 나타나게 된다. 피아제의 분류상 전조작기 후반과 구체적 조작기 초반에 해당하는 시기로, 보존과 무게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항목들을 순서대로 배열하며 개념적으로 조직화 할 수 있게 되는 시기이다. 또, 사물들 상호간의 관련성 속에서 표상할 수 있게 되며 사물을 지각하는 데 있어 자기중심성이 점차 줄어드는 특징이 나타난다. 7~8세가 되면 깊이를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여 삼차원적,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어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형태의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밖에 크기를 과장해서 그리는 것 또한 이 시기의 아동에게서 자주 보이는 특징인데, 특정 사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크게 그리는 것은 매우 흔하고 정상적인 표현이다.

  • 5단계: 현실주의 시기

 피아제의 발달 단계 분류에 따르면 9~12세경에 이르는 5단계의 시기는 구체적 조작기 후반에 해당하는데, 이 시기의 아동은 다른 사람의 생각, 견해, 감정을 고려할 수 있게 되어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된다.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9~10세경부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식적 표상에 의존해서 그리는 수준을 벗어나 사물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묘사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게 되고, 그러면서 그림의 표현 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와 더불어 주변 사물을 묘사하는 색깔도 정교해져서 연두색, 노란색, 단풍잎의 색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나뭇잎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관습적인 표현방식을 구사하여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를 주로 하게 되니 그림의 독창성과 표현의 자유로움이 줄어들게 된다. 이 시기에는 그림을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6단계: 청소년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0세 무렵이 되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데 대한 좌절감이나 실망 등으로 인해서 미술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13~14세경에 깊이나 원근감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고, 깊이 차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는 좀더 발달하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부 청소년 중 회화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경우 이 시기에 미술 실력이 매우 발달하여 예술적 기교까지 익힐 수 있게 되기도 하는데,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림을 통해 철학이나 가치관, 자신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의도하여 상징화하여 외부 세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반응형

+ Recent posts